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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백신학회 강진한 회장 인터뷰

기사승인 2018.11.30  12: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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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예방접종 등록제 확립에 힘 보탤 것"

최근 우리나라는 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성인 예방접종 관리 체계 확립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아 예방접종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성인의 예방접종은 백신 접종력이 기록되고 있지 않는 등 아직 체계가 잡혀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남북교류까지 활성화된다면 앞으로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시류에 발맞춰 <임상내과>는 강진한 대한백신학회 회장(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을 만나 성인 예방접종 이력 추적 및 향후 백신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Q. 소아 예방접종 시스템에 비해 성인 예방접종 시스템은 어떤 상황인가?

소아의 경우 예방접종 등록제를 통해 관리가 되고 있는 데 비해 성인은 그렇지 않다. 시스템이 미비되어 있으며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현재 성인 예방접종 시스템과 소아 예방접종 시스템 완성도의 간극은 30년 이상이라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소아 쪽은 체계가 잘 잡혀 있어 많은 질병이 퇴치 수순에 있다. 홍역의 경우 퇴치국으로 인증 받았으며, 중증 폐렴구균 감염 보고사례도 1년에 20~30명이다. 그만큼 한국의 소아 예방접종 관리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성인의 예방접종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일례로 부산에 살던 아이가 서울에 와서 진료를 받을 경우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부산에서의 접종 이력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 과거 접종 이력을 파악하기 힘들다. 환자도 자신이 어떤 예방접종을 한 상태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또한, 학계 상황도 간극이 크다. 대한소아과학회에서는 67년부터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 시작했고, 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2~3년마다 한 번씩 개정판을 배포하고 있다. 반면 성인의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은 2009년부터 배포하기 시작했다. 간극을 좁혀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인 예방접종은 소아 예방접종에 비해 훨씬 관리가 용이하다. 체계만 제대로 구축한다면 소아 예방접종보다 더 효율적으로 많은 병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대학 입학 전 예방접종 증명서를 지참해야 할 정도로 성인 예방접종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관 간 정보교류 시스템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하면 성인 예방접종 이력 관리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Q. 성인 예방접종 이력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이유는?

국가가 국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만드는 일 중 가장 효율적인 부분이 예방접종에 집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65세 이상의 성인은 5세 소아 정도의 면역력 수준이다. 50세부터 면역력 하락이 시작된다. 고령 시대에 발맞춰 성인의 예방접종 이력을 국가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한다. 병원균은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항생제 및 치료제만으로 치료 포커스를 맞춘다면 병원균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다. 따라서 미리 예방접종을 시행해 항체를 생성, 병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국민 건강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성인 예방접종은 소아 예방접종에 비해 간단하다. 지속면역 유지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폐렴의 경우, 국내 성인 사망원인 중 남성은 5위, 여성은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노인들이 폐렴으로 사망하는 이유는 감염 자체로 인해 기저질환이 악화되거나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올바른 폐렴 예방접종이 필수다. 또한, 근래 태어난 영유아는 폐렴 13가 백신이 필수로 접종되고 있지만, 노년층의 경우엔 접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역학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으로 사료되며, 성인 예방접종 이력을 관리해야 할 필요의 예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PPSV 23가 백신 한 가지만 성인 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노인층의 경우엔 13가 백신의 접종 이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PCV 13가 백신을 먼저 접종해야 하며, 1년 후 PPSV 23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PPSV 23가 백신의 재접종을 권유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의사가 돈을 벌기 위해 재접종을 권유하는 것처럼 오해받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폐렴구균은 그람양성 쌍구균으로 피막(capsule)을 구성하는 피막다당류(capsular polysaccharide)의 혈청학적 반응에 따라 현재까지 94종 이상의 혈청형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막다당류는 폐렴구균의 가장 중요한 병독성 인자로 혈청형에 따라 병독력이 다르며, 폐렴구균은 수막염, 균혈증, 급성 중이염, 폐렴, 부비동염 등을 유발한다. 특히, 만 2세 미만의 소아나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그 발병률이 매우 높으며, 우리나라에 세균성 수막염의 원인균 중 폐렴구균이 차지하는 비율은 보고에 따라 11.8~53.1%, 지역사회 폐렴 환자에서 폐렴구균의 발생 빈도는 12.1~30.9%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은 폐렴구균 피막다당류 백신(pneumococcal capsular polysaccharide vaccine, PPSV)과 피막다당류에 여러 종류의 단백을 결합시켜 만든 폐렴구균 결합 백신(pneumococcal conjugate vaccine, PCV)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PPSV 23가 백신과 PCV 13가 백신이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백신의 접종 방식에 문제가 있는 만큼, 성인 예방접종의 국가 관리가 필요하다.

Q. 이외에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은?

노인들의 예방접종을 보건소에서 담당하는 것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건소에서 진료를 담당하는 것은 한국의 의료환경이 척박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부족했을 때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노인들이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서 보건소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이다. 예전 독감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린 노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젠 보건소에서 담당하는 예방접종 업무를 일반 병원에서 담당해야 한다. 또한, 보건소에서는 접종하러 온 노인의 당뇨, 신장, 류마티스, 암, 순환기질환 등의 만성 질환을 관리할 수 없다. 노인들이 자기가 자주 찾는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담당한다면 해당 환자의 만성 기저질환에 맞는 예방접종 관리를 할 수 있다.

아울러 독감뿐만 아니라 대상포진 백신, 성인용 Tdap 등의 백신들도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돼야 한다. 대한백신학회 회장 임기 동안 성인 예방접종 등록제 건립과 더불어 상기 사항들을 국가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백신 대부분은 수입제품으로 정부에서 지원해서 백신을 국내에서 개발·생산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글로벌 회사들이 프리미엄 백신을 개발하는데 평균 1조 3천억 원 정도 소요된다. 신생 기업이 달려들 만한 규모가 아니다.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산업 분야라고 생각한다.

Q. 대한백신학회 회장으로서의 임기 중 중점사업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우선 앞서 말한 성인 예방접종 등록제 확립에 역할을 하고 싶다. 소아 예방접종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쌓은 노하우와 인프라에 대한 경험을 밑바탕 삼아 성인 예방접종 등록제가 만들어지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또한, 대한백신학회는 의사뿐 아니라 기초과학 연구자, 수의과 종사자, 생명과학 종사자, 기관 종사자, 제약회사 종사자 등도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이런 다양한 인력들을 한데 묶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백신학은 단순히 병원균에 대한 학문이 아니다. 기초미생물학부터 생명공학, 임상, 정치, 행정보건학, 지역보건학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이 수반돼야 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을 한데 묶어 성인 예방접종 관리를 국가 시스템화 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Q. 최근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사람 대상의 백신뿐 아니라 동물 및 식물의 백신도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이유는?

백신은 사람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 있는 생명체가 면역을 갖게 하는 건 모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봐도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백신은 이점이 상당하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등 동물의 전염병이 발생하면 수많은 동물들이 폐사처리 된다. 경제적으로 큰 손해다. 또한, 돼지 구제역은 사람의 수족구병과 같은 계통의 질환이다. 의학과 수의학이 서로 교류해 해결해 나가야 할 대표적 예시다. 대한백신학회의 학술대회는 이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주제를 발표하고 논의를 진행하는 자리다. 그래서 의사뿐 아니라 수의사, 기초과학 연구자, 기관 종사자, 제약회사 직원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학술대회에 참여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백신은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나라에서 투자 대비 최대의 복지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최근 일반인들에게 건강기능식품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 건강관리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개인의 식습관 등 생활습관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건강기능식품으로 대처하기엔 개인의 비용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현재 백신이 감염질환에 대한 역할만 소화하고 있는데, 향후 연구개발이 더 진행된다면 암, 자가면역질환, 내분비 및 신경 등도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즉, 만성 질환도 발병하기 전 예방접종이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에 의한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겠다.

전승재 기자 medical_h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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